이팔 산악회

[스크랩] 바다를 따라 걷는 명품길, 저도(猪島) 비치로드(beach road)

대가야고령 2016. 2. 11. 11:03

바다를 따라 걷는 명품길, 저도(猪島) 비치로드(beach road)

 

여행일 : ‘14. 11. 25()

소재지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

산행코스 : 연륙교하포전망대(1~2)140m바다구경 길(1~3)용두산(202.7m)170m봉 방향 바닷가 왕복큰개연륙교(소요시간 : 3시간30)

함께한 산악회 : 좋은사람들

 

특징 : 마산시가지에서 남쪽으로 길게 뻗어나간 구산반도(龜山半島 : 해발 100m 내외의 낮은 산세가 바다에 들어가는 거북이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의 끝자락에 앉아 있는 자그마한 섬(21470)으로서 섬의 생김새가 마치 돼지가 누워 있는 형국과 같아 돝 저()’자를 써서 저도(猪島)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최근 지도(地圖)에는 돗섬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돗섬은 돝섬의 오기(誤記)일 것으로 보이지만, 마산만(馬山灣)에 있는 돝섬(猪島)’과 구별하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섬을 세상에 알린 것은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로부터 시작되었다. 태국(泰國)을 배경으로 한 영화 콰이강의 다리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하여 일명 한국의 콰이강의 다리라고 불리는 이 다리는 박신양, 이미연 주연의 영화 인디언 섬머(2001)’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 영화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이신영(이미연 분)은 항소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후, 그녀를 변호하기 위해 모든 걸 바치는 변호사 서준화(박신양 분)와 이곳에서 이틀간을 보낸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끼리 손을 잡고 끝까지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다리 위에서 빨간 장미 100송이를 주면서 프로포즈(propose)를 하면 사랑이 맺어진다는 이야기가 마산의 젊은이들 사이에 전해지면서 다리 난간에는 연인들의 사랑 확인용 자물쇠들이 잔뜩 매달려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창원시에서 섬의 해안을 끼고 도는 둘레길인 비치로드길(beach road : 9.5km)을 개설하여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찾아오는 방법

저도로 들어가는 방법은 특별하지가 않다. 이미 연륙교(連陸橋)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배를 이용하지 않더라고 섬 안으로 곧장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내서 I.C에서 내려와 마산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조금 후에 만나게 되는 5번 국도를 따라 마산방면으로 달리다가 현동교차로(마산합포구 예곡동)에서 군도(郡道)1002번 지방도를 연달아 타고 구남중학교까지 온다. 그리고 구남중학교 앞 반동삼거리(마산합포구 구산면 반동리)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저도연륙교가 나온다. 연륙교를 건너기 직전에 주차장이 있다. 연륙교를 건너 섬 안으로 들어가도 주차장이 있으나 저도의 명물인 연륙교를 밟아보려는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이곳에다 주차를 시킨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섬으로 들어가는 두 개의 다리가 길손을 맞는다. 저도는 본래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녔으나 배를 타고 드나들어야 했던 탓에 주민들의 불편은 물론 관광객들의 접근도 쉽지 않았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1987년에 놓인 다리가 오른편에 보이는 붉은 색의 다리(길이 170m, 3m1차선)이다. 이 다리는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오는 다리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콰이강의 다리라는 애칭(愛稱)으로 불리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원래 소형차의 통행이 가능했었으나 옆에 새로운 연륙교가 완성되면서 현재는 사람들만을 위한 다리로 남겨두었다.

 

 

콰이강의 다리를 건너다보면 다리 난간(欄干)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자물쇠들이 눈에 띈다. 중국이나 유럽 등 해외여행 때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비록 외국에서 보아오던 것들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왜소하지만, 개개의 열쇠가 품고 있을 사연들이 중요한 것이지 매달린 숫자의 많고 적음이 무슨 대수겠는가. 연인(戀人)들이 다리의 난간에다 자물쇠를 채울 경우에 그들의 사랑이 지켜진다고 했으니 자물쇠와 한 몸이던 열쇠들은 하나같이 다리 아래의 바다물속에 잠겨있을 것이다. 영원히 열쇠를 찾을 수 없어야 다시는 자물쇠를 열 수 없을 테고, 그래야만 사랑이 끝까지 유지될 테니까 말이다. 그런가하면 자물쇠들의 사연도 제각각이다. 마치 평생을 도망 못가도록 꽁꽁 묶어 놓은 것이 있는가 하면, 사랑의 크기를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대형 자물쇠도 보인다. 그리고 또 어떤 것은 사랑을 맺은 순간을 기억이라도 하려는 모양으로 자물쇠에다 시간을 적어 놓기도 했다.

 

 

콰이강의 다리옆에 보이는 하얀색 다리가 새로운 연륙교(連陸橋)이다. 콰이강의 다리가 입소문을 타게 되자 수없이 많은 관광객(觀光客)들이 모여들었고, 거기다 기존의 다리가 낡아 위험성까지 제기되자 200412월 왕복 2차선의 연륙교(길이 182m, 13m, 높이 13.5m)를 새로 놓은 것이다. 새로운 다리는 마산을 대표하는 특색 있는 랜드 마크(land mark)로 건설되었다. 마산의 시조(市鳥)인 괭이갈매기를 형상화해 마산을 상징화(象徵化)하면서 바다와 산 등 구산면 일대의 수려한 자연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이다. 특히 아치(arch)의 곡선미를 강조하기 위해 괭이갈매기 형상을 중심으로 광케이블 조명(照明)을 설치해 시간별, 계절별로 여러 가지 색의 야경(夜景)을 연출하기도 한다.

 

 

다리를 건너면 음식점 골목인데, 간판들 대부분이 회와 조개구이를 주요 메뉴(menu)로 내걸고 있다. 그만큼 싱싱한 횟감이 인근 바다에서 많이 잡히고, 잔잔한 물결의 부근 바다는 굴 등의 양식에 최적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저도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은 음식점인 모양이다. 새로 놓은 연륙교를 건너자마자 만나게 되는 저도 비치로드 종합안내도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지도(地圖)에다 비치로드를 펼쳐놓고 그 위에다 횟집들의 위치를 꼼꼼하게 표기해 놓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까지 갖춘 버스정류장을 지나면 오른편에 나무데크로 만든 길이 나타나지만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도로를 따른다. 데크 길로 들어설 경우 192m봉을 거쳐 곧장 용두산으로 올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비치로드(beach road)’의 들머리로 가는 도로는 왼편에 해안선(海岸線)을 끼고 나있다. 주름 하나 잡히지 않은 바다는 속살까지도 훤히 보여준다. 이렇게 섬들로 둘러싸인 바다라면 만일 너울이 인다고 해도 물결은 그냥 살랑거리는 수준일 게 분명하다. 잔잔한 물결 너머로 구산반도가 조용히 앉아있고, 바다 위에는 쇠섬, 자라섬, 안목섬 등 자그마한 섬들이 두둥실 떠다닌다. 그래서일까 회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바다 가운데에다 만들어 놓았다.

 

 

 

 

비치로드(beach road)’의 들머리(이정표 : 1전망대 1.5Km/ 연륙교 1.2Km)는 하포마을을 거친 후에야 이르게 된다. 주차장에서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길가에 주차장과 화장실 등을 잘 만들어 놓았으니 만일 승용차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라면 구태여 다리 밖에다 주차를 시킬 필요는 없겠다. 나무계단을 올라서면서 트레킹(trekking)이 시작된다. 오늘 걷게 되는 길의 이름은 비치 로드(beach road)’, 해안선(海岸線)과 능선을 잇는 저도(猪島)만의 둘레길이다. 예로부터 아름답기로 소문 난 저도(猪島)의 풍광을 맘껏 즐길 수 있는 명품 둘레길인 것이다. 참고로 전국에는 저도(猪島)’라는 이름의 섬들이 많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10여 개가 나온다. 경남 사천의 실안해안도로에서 바다 너머로 보이는 섬도, 거제의 대통령 별장이 있는 섬도 저도이고, 통영과 전남 진도, 충남 서산에도 저도가 있다. 창원에도 저도라는 지명이 두 곳이나 있다. 이 중 창원 마산합포구에 위치한 저도가 오늘 찾은 섬이다. 남북 길이 1750m, 동서 너비 1500m의 그다지 넓지 않은 섬으로 한쪽에는 해발 202m의 용두산이 솟아 있고, 사방은 가파른 비탈과 해식애(海蝕崖)를 이루고 있다.

 

 

나무계단을 오르자 흙길이 나타나고 이내 왼쪽으로 시원스런 바다 풍경이 시야(視野)에 들어온다. 둘레길은 바닷가를 끼고 나있다. 하긴 그래서 비치로드(beach road)라는 이름이 붙었겠지만 말이다. 창원시에서 만들어 놓은 트레킹 코스는 단거리 코스(3.7)와 완주 코스(6.6)로 두 개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코스가 서로 다르지 않고 단거리 코스에서 더 가면 완주 코스로 이어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길을 걷다보면 가끔 왼쪽으로 오솔길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럴 경우에는 망설이지 말고 내려가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얼마 후에 다시 본 길과 만나게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내려왔던 길로 다시 올라오게도 되지만 길은 어김없이 바닷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바닷가로 내려가면 잔물결 하나 없는 고요한 바다가 거침없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그 풍경에 동화된 나는 가만히 바닷물에 손을 담가본다. 차다. 그러나 상큼하다.

 

 

 

둘레길에 들어서서 15분 정도를 걸으면 제1전망대(이정표 : 2전망대 0.8Km/ 주차장 1.5Km)에 이르게 된다. 섬에 조성된 둘레길이라 바다를 바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저도비치로드의 매력이다. 전망대에 내려서면 데크의 한가운데에 세워진 조망도(眺望圖)가 눈에 들어온다. 잔잔하게 일렁이고 있는 바다의 건너편엔 나타나는 건 거제도란다. 그 오른편에 보이는 곳은 고성반도이고, 거제도의 왼편에 보이는 뭍은 원전이라고 적혀있다. 아무래도 창원시에 있는 원전마을을 일컫는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갯바위에 서서 낚싯대를 휘두르고 있는 사람이 눈에 띈다. 입질이 괜찮은 포인트 (point)인 모양이다.

 

 

 

 

1전망대에서 다시 15분 남짓 더 걸으면 제2전망대(이정표 : 1전망대 0.8Km)이다.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구간은 제법 볼거리가 쏠쏠하다. 푸름을 한껏 자랑하고 있는 바다가 심심찮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2전망대는 마치 바다 속으로 내려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풍경 좋은 전망대이다. 산길에서 나무계단을 밟으며 바다를 향해 한참을 내려가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바다를 볼 수 있도록 배려를 한 모양이다. 이곳 제2전망대로 제1전망대와 비슷한 조망(眺望)을 보여준다. 푸른 바다 너머의 고성, 거제 등 주변 지역과 섬들이 건너다보인다. 그리고 바닷가까지 내려간 덕택에 저도의 수려한 단애(斷崖)까지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풍화작용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모습이 기괴(奇怪)하기 짝이 없다.

 

 

 

 

 

 

2전망대를 지나면 길은 제법 가팔라진다. 그리고 20분 정도로 제법 길게 이어지면서 해발 140m의 높이까지 올라서게 만든다. 용두산의 높이가 202m이니 거의 7~8부 높이까지 올라서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가팔랐다 평탄해지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가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가는 길에 시야(視野)가 툭 터지는 뛰어난 조망처까지 지나게 되니 힘이 든다는 생각이 찾아들 여지조차 없었을 것이다.

 

 

 

코스분기점인 140m봉에 올라서면 길이 두 갈래(이정표 : 1바다구경길 0.6Km/ 등산로 0.2Km)로 나뉜다. 만일 체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곳에서 단거리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오른쪽에 보이는 길로서 진행할 경우 코스합류점을 지나 하포마을 내려가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왼편으로 연결되는 완주코스로 들어서고 볼 일이다.

 

 

길가는 온통 소나무들 천지이다. 양편으로 늘어선 소나무들이 매우 기운차게 느껴진다. 그리고 소나무 껍질이 내륙(內陸)의 소나무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두껍고 거칠다. 오랫동안 거친 해풍(海風)을 온몸으로 견디며 자라오는 과정에서 그렇게 변했나 보다.

 

 

왼편 완주코스로 들어서면 10분 간격으로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이 나뉜다. 바닷물에 손이라도 담가본 후에는 다시 갈림길로 다시 되돌아 올라와야 함은 물론이다. 그 첫 번째 갈림길(이정표 : 2바다구경길 0.5Km/ 코스분기점 0.6Km)은 제1바다구경길이다. 갈림길에서 100m쯤 가파르게 내려서면 바닷가에 이르게 되는데, 저도의 해안선을 만들어내고 있는 해식애(海蝕崖, sea cliff)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조망(眺望)은 아까 전망대에서 바라보던 풍경과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1바다구경길에서 다시 10분 정도를 더 걸으면 제2바다구경길(이정표 : 3바다구경길 0.4Km/ 1바다구경길 0.5Km)이 나뉜다. 2바다구경길도 역시 100m가까이 가파르게 내려가야 만날 수 있다. 이곳도 역시 아까 내려섰던 바닷가의 풍경과 별반 다르지가 않다.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풍경은 아까와 같다고 보면 되고,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이번의 바닷가는 암반(巖盤)으로 이루어진 아까와는 달리 조금만 자갈들로 이루어졌다는 게 조금 다를 뿐이다.

 

 

 

맨 마지막에 있는 제3바다구경길(이정표 : 정상 등산로 0.35Km/ 2바다구경길 0.4Km)은 제2바다구경길에서 1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만날 수 있다. 이곳도 역시 다른 두 곳의 바다구경길과 거의 유사한 풍경을 보여준다. 굳이 다른 점을 들라면 오늘 만났던 바닷가 중에서 유일하게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일 것이다. 백사장에 서면 푸르디푸른 바다 건너에는 거제도, 그리고 그 오른편에는 고성반도의 산야(山野)가 마치 병풍(屛風)처럼 둘러서 있다. 그래서일까. 바다는 마치 엄마 품처럼 포근하다. 가덕도와 거제도 그리고 고성반도가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防波堤) 역할을 하면서 저도 앞바다는 큰 호수(湖水)로 착각될 정도로 잔잔하다.

 

 

 

용두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제3바다구경길에서 오른편으로 열린다. 비록 이정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곳에서 해안선(海岸線)을 따라 빙 둘러서 정상에 이를 수도 있으니 상황을 봐서 선택할 일이다. 정상 아래의 종합안내판이 있는 안부사거리(이정표 : 정상 0.3Km/ 등산로갈림길 0.54Km/ 큰개길 1.0Km/ 3바다구경길 0.35Km)까지는 무척 가파른 오르막길로 연결된다. 어느 정도로 가파른가 하면 왔다 가기를 반복하며 갈지()자를 만들고서야 겨우 고도(高度)를 높일 정도이다. 올라가는 길에 뒤라도 돌아볼라치면 낯익은 풍경이 나타난다. 작년에 중국의 장가계에 있는 천문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던 도로와 많이 닮은 것이다. 차량이 다니고 안다니는 것만 다를 뿐 구불구불한 길의 생김새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일까 400m도 채 안 되는 거리를 올라오는데 15분이 더 걸렸다.

 

 

 

 

사거리에서 용두산 정상은 금방이다. 능선으로 연결되는 길은 그다지 가파르지도 않고 바닥이 흙길이어서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10분이 채 안되어 올라선 정상은 너른 분지(盆地)의 한가운데에 정상표지석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북동쪽방향, 그러니까 구산반도 방향으로만 열린다. 그 열림은 비록 좁지만 펼쳐지는 풍경만은 놀라울 정도로 빼어나다. 구산반도와 저도를 연결하는 연륙교들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데, 멋지게 생긴 다리들이 하얀 물결을 일으키며 교각(橋脚) 아래를 오가는 배들과 어우러지며 마치 한 폭의 잘 그린 동양화를 연상시키고 있다. 아까부터 들려오든 감탄사들은 바로 이런 풍경에 놀란 관광객들이 내지르는 소리였나 보다.

 

 

 

정상에서 하산 하는 길은 두 갈래이다. 아까 올라왔던 사거리까지 다시 내려가서 연륙교로 방향으로 하산하는 것이 그중 하나이고, 나머지 하나는 북쪽 방향의 능선을 타고 전망바위를 거쳐 연륙교로 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이 하나 있다. 북쪽 능선으로 난 길보다, 서쪽 능선 그러니까 170m봉으로 연결되는 능선길이 훨씬 더 또렷하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우리 부부는 서쪽방향의 능선길을 타게 되었고, 170m봉을 지나고 나서야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을 알았지만 내친김에 해안(海岸)까지 내려서게 되었다. 계속해서 길이 또렷했기 때문에 해안선을 따라 연륙교까지 길이 나있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우리부부만 한 것이 아닌 모양이다. 다섯 명이나 더 우리와 함께 걷고 있었으니 말이다.

 

 

능선의 끝, 그러니까 섬의 서쪽 끄트머리에 이르면 바다 건너편에 고성반도(固城半島=통영반도)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앞바다에는 궁도와 양도, 송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오롯이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끄트머리에서 길이 끊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해안선(海岸線)을 따라 연륙교까지 길이 나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내려간 우리부부가 허탈해져 버리는 순간이다. 이곳까지 내려오는데 20분을 훌쩍 넘겼으니 다시 정상까지 돌아가려면 그보다는 훨씬 더 걸릴 것이다. 돌아가는 길은 오르막길이기 때문이다.

 

 

정상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북쪽 능선으로 내려선다. 비록 아까 내려갔던 서쪽 능선만은 못하지만 길은 또렷하게 나타난다. 산길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가파르다. 조심스럽게 내려서는데 왼편의 숲 사이로 바다가 내다보인다. 그 바다 위에 떠있는 큰닭섬과 작은닭섬 그리고 곰섬, 나비섬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만들어내는 풍경들이 제법 볼만하다. 겨울철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만일 나뭇잎이 무성해지면 저런 틈새가 없어져버릴 테니까 말이다.

 

 

가파른 능선을 따라 잠시 내려서면 사격장이라서 출입을 제한한다는 군부대의 경고판을 만나게 되고, 산길은 이곳에서 능선을 벗어나 오른편의 지능선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잠시 후, 그러니까 정상에서 10분 정도의 거리에서 시야(視野)가 거릴 것 없이 탁 트이는 전망바위에 올라서게 된다. 바위에 서면 저도의 명물인 콰이강의 다리와 새로운 연륙교가 한눈에 잘 들어온다. 콰이강의 다리와 저도연륙교 주변의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산행날머리는 연륙교 주차장(원점회귀)

전망바위를 지나서도 조망(眺望)은 계속해서 좋은 편이다. 비록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지만 명품 다리들을 눈에 넣으면서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망바위에서 10분 조금 못되게 더 진행하면 도로(큰개길)에 내려서게 되고, 이어서 조금 후에는 연륙교 건너에 있는 주차장에 이르게 되면서 오늘의 섬 투어가 끝을 맺는다. 투어에는 총3시간30분이 걸렸다. 정상에서 해안까지 내려갔다 온 시간을 감안하면 2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다시 섬으로 되돌아와 식당을 찾아본다. 집집마다 내걸고 있는 주 메뉴는 싱싱한 회와 조개구이, 그러나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 못한 탓에 길가 편의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간편식인 파전과 오뎅으로 허기를 채워본다. 참이슬 한 병이 상위에 올라왔음은 물론이다.

 

 

섬내 투어(tour)를 마치고 귀경(歸京)길에 인근(저도와 같은 인 구산면)에 있는 해양드라마세트장에 잠깐 들렀다. 이 세트장은 드라마 촬영 및 해양 교류사 홍보 교육을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0년에 조성되었다고 한다. 9,947의 부지에 세트장 7동과 선박 3척을 만들어 놓았는데, MBC 특별 기획 드라마 `김수로`를 이곳에서 촬영한데 이어 KBS `근초고왕`, MBC `짝패`, SBS `무사 백동수`, MBC `계백` 20여 편의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를 이곳에서 촬영했고, 얼마 전에는 MBC 월화 특별 기획 드라마 `기황후`를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출처 : 가을하늘네 뜨락
글쓴이 : 가을하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