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시작되는 금강소나무숲길의 본래 이름은 십이령길이다. 1980년대 초 불영사계곡을 지나는 36번 국도가 개통되기 전까지 낙동정맥을 사이에 둔 울진과 봉화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였던 십이령길이 산림청에 의해 트레킹 코스로 복원되면서 금강소나무숲길이란 멋스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

 

옛날에는 보부상들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보부상이 퇴조한 뒤에는 선질꾼(바지게꾼)들이 걸어서 넘었던 십이령길은 울진 북면에서 시작해 쇠치재~세고개재~바릿재~샛재~너삼밭재~저진터재~새넓재~큰넓재~고채비재~맷재~배나들이재~노릇재를 지나 봉화 소천까지 이어지는 길로, 모두 12개의 고개를 넘어야 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선질꾼은 서서 지게를 지고 쉴 때도 서서 쉬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고, 바지게는 산 속에서 나무에 걸리지 않고 쉽게 이동하기 위해 지게의 뿔을 제거한 지게를 일컫는다. 선질꾼들은 울진에서 생산되는 소금, 미역, 각종 어물 등을 바지게에 묶어서 지고 34일 정도를 걸어서 봉화에 도착한 다음 가져간 물건을 대마, 담배, 콩 등으로 바꾸어 돌아왔다. 보부상들과 선질꾼들의 고단했던 삶의 애환이 깃든 십이령길이 이제는 자연을 벗삼아 걷는 트레킹 코스로 우리에게 다시 다가온 것이다.

 

2010년 여름에 처음 열린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은 울진군 북면 두천 1리에서 시작해 하천경관길, 내성행상불망비, 바릿재, 찬물내기, 샛재, 성황당, 너삼밭재, 저진터재, 너불한재를 지나 울진군 서면 소광2리 금강송펜션에 이르는 13.5km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산비탈을 따라 좁게 이어지면서 고개를 오르고 내리는 걸음이 반복되는 산길이지만 경사가 완만해 크게 힘들지는 않다. 평균적인 경사도는 5.6, 경사가 가장 심한 곳은 30도 정도로 걷는데 대략 7시간 정도 소요된다.

 

숲에서 갖는 힐링 타임,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 

아침9시 출발장소인 북면 두천리 도착하면 숲길에 대한 용과 숲길에서의 주의점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을 받게 된다. 이후 몸을 푸는 간단한 체조가 있은 후, 숲해설가의 인솔 하에 숲길로 들어선다.

하천을 따라 난 작은 오솔길을 지나 돌다리를 건너면 작은 정자각과 마주하게 된다. 정자각 안에는 철로 만들어진 내성행상불망비(蔚珍乃城行商不忘碑, 문화재자료 제310) 2기가 모셔져 있. 내성행상불망비는 1890년 이 길을 왕래하면서 물물교환을 통해 상행위를 하던 행상들이 세운 불망비로, 당시 행상들이 최고 지도자격인 접장 정한조와 반수 권재만의 은공을 기리고자 세운 것이다. 철로 만들어진 보기 드문 비로 앞면에 각각 내성행상접장정한조불망비내성행상반수권재만불망비란 한자가 돋을새김 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철을 강제로 빼앗아 갈 때, 뺏기지 않기 위해 땅에 묻었다가 해방 후 비각을 만들어 다시 세웠다고 전한다. 

 

내성행상불망비 옆에 선 2개의 장승인 십이령대장군과 보부상여장군에 대한 설명까지 들은 후 산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오솔길 한 켠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 조그마한 효자각을 지나, 숲길로 들어선 후 처음 만나는 고개는 바릿재다. 바릿재란 이름은 소에다 물건을 바리바리 싣고 다녔다는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인솔하는 숲해설가는 이 길을 걸으며 옛 보부상들이 불렀다는 노래를 들려준다. 

미역 소금 어물 지고 춘양장을 가는 고개

대마 담배 콩을 지고 울진장을 가는 고개

반 평생을 넘던 고개 이 고개를 넘는 구나

서울가는 선비들도 이 고개를 쉬어 넘고

오고 가는 원님들도 이 고개를 자고 넘네

꼬불꼬불 열두 고개 조물주도 야속하다.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내 고개를 언제 가노

 크고 작은 나무와 풀들로 무성한 숲길을 걸으며 무거운 등짐을 지고 이 길을 셀 수도 없이 걸었을 보부상들과 선질꾼들을 잠깐 생각했다. 세월은 고단함과 땀으로 얼룩진 행상의 길을 몸의 건강을 위해 걷는 여가의 길로 바꾸어 놓았다. 나는 지금 여가의 길로 이 흙을 밟고 있는 행복한 세대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누군가에게 꼭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몰려왔다. 

이마에 맺히는 땀과 숲길에 적응이 될 즈음 오솔길이 끝나면서 승용차가 교차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임도가 나타난다. 임도를 따라 편안한 마음으로 걷고 있는데, 숲해설가가 주변의 산들을 가리키며 얘기한다. 저쪽은 멸종위기종인 산양이 자주 나타나는 곳이고, 이쪽에서는 하얀 멧돼지가 출몰했었다고. 이 얘기를 들으며 불현듯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길은 아니 모든 숲은 동물이 주인이고 사람은 잠시 지나는 손님에 불과할 뿐이다. 주인이 자기의 영역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사람이 잠깐 나타나 그들을 본 것이란 표현이 적당하지 않을까! 

임도 변에 있는 찬물내기 쉼터는 점심식사를 하며 쉬는 곳이다. 도시락을 준비해온 사람들도 간혹 있으나, 대부분은 마을에서 실어오는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울진숲길에서 여행하는 곳의 원주민들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공정여행을 지향한다면서, 마을에서 준비하는 식사를 이용하도록 적극 권장하기 때문이다. 1인당 6천원인데, 가격 대비 음식의 질은 아주 훌륭한 편이다.  

 

식사 후 산길로 다시 접어 들면서 만나는 고개는 샛재(조령). 샛재에서는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에서 가장 멋스런 금강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샛재 너머에는 1819년 보부상과 지역주민이 만들어 제를 지냈다는 샛재성황당이 있고, 아래쪽으로는 주막터가 있다. 옛날엔 봉놋방이 있는 큰 주막이었으나 1968년 울진삼척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화전민마을과 함께 철거되어 폐허가 되었다. 바위에 뚫고 세운 석비와 마귀할멈에 대한 전설을 간직한 말무덤 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전해오는 구조물이 가장 많은 곳이 샛재다. 

샛재를 지나면 맑은 물이 흐르는 소광천과 마주한다. 소광천에 이를 즈음이면 다리에 힘도 빠지고, 발바닥도 아프기 시작한다. 먼 길을 걸은 탓에 다리는 천근만근 무겁지만 숲의 기운을 듬뿍 담은 마음은 여전히 가볍다 

소광천을 따라난 임도를 잠시 걷다가 다시 산길로 올라 너삼밭재, 저진터재와 너불한재를 넘으면 종점인 서면 소광2리 금강송펜션에 도착한다. 시계를 보니 오후4, 13.5km의 긴 여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금강소나무숲길 탐방 방법 

금강소나무숲길은 현재 위에서 소개한 1구간 외에 16.3km 길이의 3구간 등 모두 2개의 구간이 운영되고 있다. 사전에 ()울진숲길(www.uljintrail.or.kr, 054-781-7118)을 통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출입이 가능하며 1구간은 하루 80, 3구간은 100명까지 신청을 받는다.

1구간의 출발장소는 울진군 북면 두천1 232번지로, 신청한 날 아침 9시까지 도착해야 한다. 개인적인 출발은 허용하지 않으며, 그날 신청한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숲해설가의 인솔 하에 단체로 이동한다. 점심식사를 예약하면 마을에서 만든 음식을 점심시간에 맞춰 식사장소로 배달해 준다. 금액은 1인분 6,000원으로 식사장소에서 현금(카드 불가)으로 결제하면 된다. 민박은 1인당 1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소광리 금강송숲을 둘러볼 수 있는 3구간의 출발장소는 울진군 서면 소광2 657번지 금강송펜션으로 역시 신청한 날 아침 9시까지 도착해야 한다. 3구간도 개인적인 출발은 허용하지 않으며, 이용방법은 1구간과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