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묘향암

묘향암 가는길 (노고단 - 반야봉)

대가야고령 2012. 1. 4. 00:19

 

지리산 반야봉과 묘향암  

# 노고단 - 반야봉 - 묘향암 - 반선  

 

# 위치도

 

 

승용차 타고 온 친구를 태우고 예약한 노고단 산장으로 간다. 시가지를 벗어나자마자 고라니 한 마리가 범퍼를 들이받고 간다. 지까짓게 263마력짜리 철마를 이길거라고? 이런 니미럴...


18:40경, 가다가 저녁식사하고 가면 산장 도착이 늦을 것 같아 좀 늦게 도착한다며 전화하기 위해 인월 어느 골목입구 전깃불 아래 차 세우고 예약증 전화번호 잠시 찾는데 남의 가겟집 골목에 차 세우면 어쩌냔다. 염병할 30초도 안 섯구만! 이런 지미럴...


산장에 전화했더니 야간산행은 안된다고 유세(勢)를 부린다. “누가 야간산행을 한다고 그러오?” “성삼재에서 대피소가 한 시간 거리이므로 야간산행”이란다. 신작로 걸어가는 것도 산행이란 말이냐? 이런 씨부랄...


반선 일출식당에 들렀더니 사장님께서 반겨 주신다. 지난해 여름 어느날 묘향암 갈 때 처음 만나서 인사 나눈 후 와운교까지 태워 주셨는데 나를 기억해 주신다. 이렇게 반갑기가...

 

산채비빔밥으로 저녁식사하면서 반주 한잔 하기위해 소주 한 병 달랬더니 3년 묵은 마가목열매주를 주시면서 마셔 보라고 한다. 식사중에 사장님께서 산행계획을 물으시길래 성삼재에 주차하고 노고단 산장에서 자고 반야봉, 묘향암, 이끼폭포, 뱀사골로 내려올거라고 했더니 성삼재 주차요금도 비싸고 내일 자동차 회수하기도 어렵고 하니 자기가 성삼재까지 함께 가서 자동차를 몰아다가 반선에 세워둔다고 하신다. 이렇게 고맙기가...


 

노고단 산장

일출식상 나설 때 기상청이 일기예보를 얼추 맞춘다는 듯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세찬 바람불고 안개비가 짙은 성삼재에서 이마에 불붙이고 아무런 제지 없이 산길 신작로를 들어선다.

 

산장 소등한다는 여덟시 반에 맞춰 도착하기 위해 자켓도 벗고 삐질삐질 땀 흘리며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안개 속을 걸어서 산장에 도착하니 “전화 하셨지요? 저녁식사는 하셨어요?” 취사장도 8시 30분에 소등하니 램프 가져가란다. 이런 싸가지...


담요 받아서 배정 받은 방에 펴놓고, 지고 온 족발 안주하여 매실주 마시기 위해 취사장에 갔더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젊은 연인이 차지한 식탁에 앉아서 오랜만에 친구와 정담을 나눈다. 산장에서 술잔 나누는 낭만을 위해 예약하고 힘들여 찾아 왔으니...


사람들 다 가고 직원이 소등 스위치 내리기에 램프 켜고 이야기와 술잔을 나누다가 술을 잘 못하는 친구를 위해 일찍 방에 들어와 눕지만 문 앞의 비좁고 낯설은 잠자리에 쉬 잠들지 못하고 비몽사몽하는데 이른 새벽부터 사람들 들락거리는 소리에 털고 일어난다.

숙박비는 8,000원에 담요 두 장 2,000원으로 만원인 셈이다.


북적이는 취사장 가서 누룽지 끓여 간단한 아침식사 후, 06:40경 춥고 바람불고 안개 짙은 산길을 나선다. 06:50경 노고단 아래 공터에 도착하니 탐방은 10:00부터라 한다. 그러나 그들이 정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올라가도 짙은 안개로 일출은 고사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지나간다.  

# 어둠과 안개만 자욱한 노고단 입구

 

 


노고단(老姑壇)

신라시대 때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 선도성모(仙桃聖母)를 지리산 산신으로 받들고 나라의 수호신으로 모셔 매년 봄, 가을 제사를 올렸던 곳이란다. 이런 연유로 해서 선도성모의 높임말인 노고와 제사를 올리던 신단이 있었던 곳이라는 뜻으로 '노고단'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산봉우리 이름으로만 널리 알려져 있다.


가을 지리산 주능선은 안개와 단풍과 낙엽이 신비로움과 고즈녘함을 더해준다. 08:00경 임걸령 샘터에서 맑은 물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이고 잠시 쉰다. 임걸령! 샘에서는 사시사철 차가운 물이 솟고 물맛 또한 좋기로 유명하다. 임걸령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초적두목 임걸년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던가?


세찬 바람이 잠시 동안 안개와 구름을 밀어내면 지리산은 만산홍엽의 속살을 간간이 드러내 보여준다. 새빨갛거나 샛노랗게 요염하지 않고, 울긋불긋한 단풍은 웅자한 지리산을 더욱 무게감 있게 한다.


08:30, 몇몇 산행객들이 쉬고 있는 노루목에 도착하여 전망바위에 올라 지나온 길과 산 아래를 조망하지만 시원스런 전망이 트이질 않아 아쉽다. 반야봉으로 오르는 삼거리 갈림길 노루목. 반야봉의 지세가 마치 노루가 머리를 치켜들고 있는 암두(岩頭)를 이루고 있는듯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반야봉은 주능선길에서 저만치 비켜있어 갈길 바쁜 종주산꾼들은 대부분 그냥 지나쳐 가지만, 지리산의 모든 정기는 반야봉에서 발원한다고 하니 꼭 올라볼 일이다.

 

 # 노고단(참고사진)

 

# 노고단(참고사진)

 

 

# 노고단 안부의 이정표

 

# 부드럽고 아름다운 숲길

 

# 간간히 속살을 보여준다.

 

# 돼지령

 

# 지리산 단풍

 

# 임걸령 샘터

 

# 샘터 앞에 뭐 땜에... 버드나무 보호를 위한 건가?

 

# 붉은 단풍도 구경하며,

 

# 노루목 전망바위에서 돌아 본 노고단

 

# 노루목 이정목

 

 


반야봉(般若峰)

노고단에서 5.5㎞를 천천히 3시간 걸어 09:30경 반야봉에 오른다. 세찬 바람이 안개와 구름을 이리저리 몰고 다니는 반야봉에는 조그만 정상석과 젊은 처자 두 명이 있을 뿐...


운해가 흐르지도 않고, 지리산 영봉들이 다도해 섬처럼 구름바다를 뚫고 점점이 솟은 모습도 없고, 장엄함도 장관을 이루지도 않고, 춥고 그냥 조용할 뿐이다. 그래서 깊은 숨 들여 마시며 반야의 정기를 받는다.


불교에서 般若는 만물의 참다운 실상을 깨닫고 불법을 꿰뚫는 지혜로 온갖 분별과 망상에서 벗어나 존재의 참모습을 앎으로써 성불에 이르게 된다는 뜻!  

# 반야봉

 

# 반야봉(참고사진)

 

# 안개와 구름이 지나가는 중봉

 

                                                                                                                   # 잠시동안 햇볕이...

 

 

# 금단의 줄을 넘어간다.

 


# 안부에도 금단의 줄과 안내문이 있다.

 

# 중봉에서 바라 본 지리주능선

 

# 연안김씨 묘

 

# 묘 앞 묘향암 내려가는 길

 

# 심원마을 내려가는 길

 

# 숲 속

 

# 한참을 걸어 묘향암이 보인다.

 

# 반야중봉 아래 묘향암

 

 

 

묘향암(妙香庵)

금줄을 넘고 안부 헬기장과 중봉, 연안김씨 묘 앞으로 난 길을 따라 묘향암으로 내려간다. 묘향암은 般若峰이 감춰둔 지리산 최고의 수행처 반야성지 묘향대 아래 조용히 앉아있다. 그 묘향암은 한국불교의 마지막 전설로 불리는 은둔의 산중암자라던가?


지난해 음력 칠월 열이렛날 처음으로 묘향암을 찾아 달구경 하고 하룻밤 자고 간 일 있는 암자는 그때 그 모습 그대로다. 마당 앞에 배낭 벗어 두고 잠시 바라보고 있는데 인기척에 호림스님께서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스님께 인사드리고, 얼른 지고 온 배낭의 곡차병 꺼내서 스님께 드리고 법당 부처님께 108배를 올린다. 그리고 친구를 스님께, 스님을 친구에게 소개한다. 묘향대 정기와 선 수행, 산중생활 등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다 보니 호림스님께서 묘향암 수행생활이 만 7년을 지났다고 한다.

 

아무런 가식이 없는 스님 인상을 쾌활 호탕, 서글서글 우렁우렁하다 해야 할까? 이틀전에 스마트폰을 장만했는데 TV방송이 잘 나온다며 좋아(?)하는 모습이다. 스님께서 끓여 주시는 티백원두커피를 마시고 이끼폭포 내려가는 길 물어본 후 묘향대 아래 감로수 한 바가지 떠서 마시고 스님과 작별한다.


묘향암은 암자 뒤로 높은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돌계단이 있는 제법 높은 축대위에 단정히 앉아 있는 5칸 함석집이다. 가운데는 칸은 제법 너른 법당으로 작은 부처님을 높이 모셨고, 한 칸은 정지간과 법 먹는 방, 들여다보지 않은 반대편 한 칸은 아마도 침실이 아닐까 생각된다.

 

좁은 마루에는 제법 큰 종과 목탁, 그리고 자질구레한 세간들이 걸려있고, 마당 축담 끝 낭떠러지 위에 좌선대가 있고, 오른편 뒤에 샘, 샘 앞 높은 축대 아래 해우소가 있다. 마당 앞에 서면 토끼봉과 명선봉 너머로 상봉과 중봉이 아스라이 보인다.

 

 

# 산중암자 묘향대 묘향암

 

# 마당 앞 좌선대

 

# 마당 앞 풍광

 

# 감로수

 

# 감로수 아래 해우소

 

 

# 배웅해 주시는 호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