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달리는 종마같은 붓글
세계에서 가장 큰 반야심경 완성
“저러다 죽겠다. 이렇게 큰 글씨를 단숨에 써내려 가다니…”
진주 소재 한 사찰에서 육순이 넘한 한 서예가의 붓글씨 쓰는 모습에 관중들은 계속 술렁거렸다. 그냥 글로 쓰기에도 벅찬 반야심경을 높이 10.3m, 폭이 6.4m인 화선지에 한번의 실수도 없이 거침없이 써내려가니 탄성이 나올만도 했다.
마치 눈내린 벌판을 그대로 내달리는 듯 일필휘지(一筆揮之)하는 도암선생은 힘찬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종이와 붓에 차례로 조용히 눈을 고정시키며 묵묵히 한자한자 나아갔다. 결국 ‘세계에서 가장 큰 반야심경’을 만들어낸 것.
최근 진주시 금산면 소재 청곡사에서는 사찰이 보관하고 있는 국보 302호 괘불탱화(掛佛撑畵) 전시에 쓰이는 반야심경 전문을 도암 허영태선생이 직접 써 기증하는 행사가 열렸다.
부직포, 고급한지 등 작품에 소요되는 비용만해도 700만원, 동원된 인원이 총 50명인 이번 행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큰 붓글씨 작품을 만들어냈다. 현장에서는 큰 규모의 붓글씨도 주목받았지만 도암 허영태선생의 열정을 담은 모습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행사에 참석한 이상희(43·진주시 문산읍)씨는 “궁궐 현판에 들어갈 큰 붓글씨를 쓰는데 사다리가 쓰러져 그대로 떨어질 줄 알았던 중국의 유명한 서예가 왕희지가 붓과 함께 매달려 그대로 작품을 완성했다는 일화가 생각나게 한 장면이었다”며 “다소 과장된 얘기지만 그 열정만큼은 비교할만하다”고 말했다.
허윤(45·진주시 문산읍)씨도 “부처님의 깊은 뜻이 담겨있어 읽는데도 한참 걸리는 반야심경을 순식간에 써내려가니 그 속도에 놀랍다”며 “빨리 쓴 글이지만 글씨 곳곳마다 불심이 실려있는 듯 해 49년의 설법장면을 그린 국보인 괘불탱화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현재 진주 도암서예학원장인 허영태씨는 4년전 진주성지에서 1.5km 길이의 천자문 쓰기 세계기록에 도전한바 있으며, 이후 선무공신 김시민 교서 전문 8폭 병풍을 제작하여 국립진주박물관에 기증하는 등 지역의 서예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해왔다.
/허성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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