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그림이 그려진 이쁜 동네려니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주말 나들이길로 잡은 인천 십정동의 열우물길 벽화마을이다.
상정초등학교 앞에 주차를 시키고는 고개를 들어보니 언덕배기위 달동네 모습에서 순간 머뭇거려진다.
'옛날 신당동하고 똑같네, 우리집도 저랬어'라며 신랑이 발걸음을 먼저 옮긴다.
방송에서만 보던 그런 달동네를 처음으로 접해본다.
시골살이 살림은 비슷하게 궁핍했을지언정, 평평한 평지에서 마당에 햇빛은 들추게 살았던지라....
(사진을 클릭하시면 큰사진이 뜹니다)
골목길을 올라서면부터 벽화가 조금씩 그려져 있다.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가면서 혹, 누구라도 만나면 어떻게 하나...
괜실히 사진 찍는다고 핀잔이나 듣지 않을까 싶은 것이 급 소심해진다.
허나 그것도 잠시,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산골동네의 모습은 처참하다.
사방으로 쓰레기는 이루 말할것도 없고,
햇빛하나 비추지 않은 집에, 스레트와 벽돌사이로 쌩쌩 들이치는 겨울 찬바람을 연탄 몇장 때가며 지내고 있는 모습이다.
계단을 다 올라서니 햇살이 따사로이 파란지붕에 눈이 부시게 쏟아진다.
술 한잔 기분 좋게 기울여지면 뉘 18번 레파토리였던,
'나 어렸을적엔, 자다가 일어나닌까 태풍에 지붕도 날아가 버리고
물지게 지고 물길르러 다니고,
삼촌이 시골에서 올라왔는데 잠잘때가 없어서 책상밑에 기어들어 가서 자고
맨날 밀가루에 팥넣어서 수제비 끓여 먹고 살았어'라고 했던 그 레파토리를 술안먹은 맨정신으로 말을 한다.
'그렇게 몬살았어....
그럼 고흥으로 내려오지잉~ 난 그래도 쌀밥먹고 살았는데...' 하며 너스레를 좀 떨어본다.
'옛날엔 산동네 다 그랬지 머....'
그렇게 툭 아무렇지 않게 내던지며 담배를 물고 골목길을 앞서는 신랑이다.
조금 올라서 제일 높은곳쯤에 다다른 집이다.
앞쪽 공터에 텃밭을 일궈먹은 흔적들이 있고, 여느집은 이사를 가고, 여느집은 자식이 주말이라 다녀가는지 집안에서 인사소리도 들린다.
따듯한 캔커피를 하나씩 비우고는 멀리로 시선을 둔다.
내려오다 만난 할머니 두분이
머한다고 자꾸 사진을 찍어가냐며, 나도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하시더니만, 막상 열루우신가 문을 닫고 내빼신다....ㅎ
뉘집 열린 대문앞으로 놓여진 와상은 많은 이야기들이 소록소록 쌓였던 자리임에 틀림없다.
벽화를 보러 왔지만, 막상 관심이 쏠리는 것은 지붕이며, 문짝이며, 골목 여기저기에 사람살이 흔적이 아닐까도 싶다.
십정1동 일대는 2000년대 접어든 이후 여러 차례 개발 예정지로 됐다가 무산되기를 반복했단다.
그런 개발붐을 틈타 투기라는 것이 사람들 맘을 팍팍하게도 만들었을 것이고,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떠나간 사람들이 남기고간 쓰레기 더미와 떠나버린 옛정에 더욱 삭막함이 감돌았을 이곳에
아직은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희망의 메세지를 남기고 싶어서 2002년도에 이진우씨라는 분이 '열우물길 프로젝트'를 시작했단다.
그렇게 사람이 비어가는 골목길에, 다 쓸어져가는 담벼락에 공공미술이란 개념으로 노오란꽃을 피우게 되었단다.
추운날씨 바람을 막아보려고 검정비닐로 손잡이를 꽁꽁 싸메놓은 스쿠터다.
마을 중앙으로 내려오는길....
시들어 버린 화분에 화초와는 달리 전봇대에는 코스모스가 화사하게 피었다.
재개발 사무실일까....
찬바람에 나풀거리는 우유주머니다.
68-3에는 지금도 우유가 들어갈까....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보이는 건물들을 보면서는
차라리 얼른 개발이 되었으면 하는 맘이 앞선다.
그림으로만 봐도 빨래를 널고, 장독을 놀수 있는 마당있는 집이 참 좋다.
도시에서 마당있는 집이라....ㅋ
그래서 이곳은 마당을 대신해서 옥상을 이렇게 활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날씨가 풀리면 화분에 대파도 심고, 장독대 뚜껑도 열어 장도 익히고....
열우물마을 앞으로 크고 높게 자리를잡은 아파트단지가 보인다.
높은곳을 다 내려올쯤에 만난 할머니다.
추운날씨 이러저러 곡식을 판매하기에 마침 수수가 있어서 한봉지를 샀다.
다행히 할머니는 재개발이 되어도 따로이 준비해둔 빌라가 있으시단다.
이제 그만 공사를 시작했으면 하신다고....
말로만듣던 열우물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이 이곳인가 싶은것이
여기저기 페인트통들이 많이 보인다.
높은 언덕쪽 보다는 평지쪽이고, 벽화길 진행하는 곳에서 가까워서 그런지 그림 그려진 집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하게 이쁜색감들이 골목을 화사하게 채운 모습이다.
아까부터 요녀석이 졸졸 쫓아 다닌다.
울집에 개를 키우니 나한테서 개냄새가 나는감....ㅋ
그런데 막상 손을 뻗으면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요것봐라~
큰길까지 오는것을 가라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더니만, 마침 목욕다녀오신 할머니가 부르니 쪼르르 잽싸게 쫓아간다.
다행히 주인이 있었던 녀석이다.
열우물길 벽화마을은 사진찍는 취미를 삼아 주말여행지로 찾아갔지만
그저 그림만 구경하는 그런 이쁜곳은 아니였다.
오히려 그 속에서 다양한 사람살이의 진한 묵은내를 느낄수 있었던 곳이였다.
(주변 볼거리)
인천여행 소래포구/서울에서 가장 쉽게 바다 맛을 접할 수 있는곳 (http://blog.daum.net/da0464/713)
(주변 방문맛집)
소래포구에서 조개찜먹고 신포시장에서 닭강정을 먹어 보려고 했더니... (http://blog.daum.net/da0464/715)
(약도)
인천상정초등학교(네비입력)
주소 : 인천시 부평구 십정구 198
'아. 옛날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처음 보는 동영상/美軍의 6·25.★ (0) | 2012.04.21 |
---|---|
[스크랩] 추억의 도시락! (0) | 2012.04.21 |
[스크랩] [대구]100여년 전 선조들의 삶을 느끼는 골목길 투어 (0) | 2012.01.18 |
[스크랩] 군대간 아들의 편지 (0) | 2011.03.01 |
[스크랩] 옛날 LP음반집 모음 (0) | 2011.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