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야 고령

고령의 미숭산을 찿아서 (둘. 월간 산. 주말 산행 코스 10. 10. 8)

대가야고령 2011. 4. 8. 21:21

 

[주말산행코스 | 경상도의 산] 미숭산 760m 경북 고령군 고령읍, 경남 합천군 야로면
야생화 가득한 대가야 기행산행
고령을 대표하는 두 산을 한 번에 맛보기
고려에 대한 충절 지킨 이미숭 장군

천제단을 지나 완만한 오름길로 15분이 지날 무렵 봉분이 납작한 묘지가 있는 넓은 공터다. 여기서부터 차츰 경사가 가팔라지면서 뒤이어 ‘안동장군 이미숭’ 안내판이 서 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왼편은 가야지맥과 만나는 길. 진행방향은 오른편 능선 길이다.

허물어진 산성을 끼고 곧장 오르면 삼각점(합천 22, 1988 복구)이 자리한 733.5m봉에 이른다. 미숭산성 유래를 기록한 미숭산 표지판이 서 있다. 이곳 일대는 고려에 대한 충절을 버리지 않았던 이미숭(李美崇) 장군에 대한 애틋한 얘기가 전해지는 현장이다.

이 산의 본디 이름은 상원산(上元山)이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왕으로 등극해 정몽주의 문하였던 이미숭 장군을 불렀다. 그러나 장군은 이에 불복, 이 산에 성을 쌓고 이태조 군(軍)에 맞서 항전하게 된다. 장군은 군사를 조련하며 후일을 도모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 절벽에 몸을 던져 순절한다. 그 후 세인들이 그의 충의를 추모하기 위해 미숭산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정상 주변에는 삼국시대에 축조되어 조선시대까지 이용되었다는 미숭산성의 성문과 길이 1.45㎞의 성터가 남아 있다. 주변에는 장군의 갑옷과 칼을 묻었다는 갑검릉(甲劒陵), 말을 달리던 주마대(走馬臺), 멀리 개성(開城)을 바라보았다는 망향대(望鄕臺), 병사들의 조련장인 연병장(練兵場), 몸을 던진 순사암(殉死巖) 등 유서가 서린 지명이 전해지고 있다.

▲ 합천군에서 세운 미숭산 정상 표석 옆에는 전설의 달각바위와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정상은 5분 정도 산성의 흔적을 따라 더 올라야 한다. 산정으로 향하는 길섶에는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 꽃이 가을의 향기를 뿜어내며 하늘거린다. 곧이어 닿게 되는 정상에는 합천군에서 세운 미숭산 정상 표석이 자리한다. 옆에는 전설이 있는 달각바위와 산불감시초소도 있다. 주변 조망이 좋아 가야산, 남산제일봉, 매화산은 말할 것도 없고, 의상봉, 장군봉, 별유산, 비계산, 오도산, 두무산 등 합천 거창 쪽 산세가 시원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고령군에서 세운 미숭산성 유래를 기록한 미숭산 표지판과 합천군에서 세운 표석에 새겨진 산의 높이가 모두 733.5m다. 국립지리원에서 제작한 1:50000 지형도에는 760m로 표기돼 있어 이상하다. 미숭산은 합천과 고령 경계에 있는 산으로 정상표지가 두 곳에 있다. 733.5m봉에 있는 정상 표지는 고령군에서 세운 것이지만 정상의 위치가 잘못됐다. 합천군에서 세운 표석의 위치가 맞지만 높이를 잘못 표기했다.



▲ 왼쪽) 아늑하고 짙푸른 송림 사이로 잘 다듬어진 산길은 큰 오르내림이 없어 좋다. 오른쪽) 내상치 임도에서 산허리를 돌아들면 녹음에 휩싸인 미숭산이 올려다 보인다.
지도상으로 보면 760m의 정상이 군 경계에 있지만 엄밀히 측량을 하면 합천 쪽에 속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령에서 733.5m봉을 정상으로 표시했다. 두 군의 경계에 있는 산의 경우 종종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에서 비롯된 일이겠지만 산을 찾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정확한 안내를 원할 것이다.

하산은 북쪽의 문수봉을 바라보면서 숲속으로 열린 산길로 내려선다. 25분이 지날 즈음이면 임도가 지나는 내상치에 이른다. 임도는 왼편의 합천군 월광리에서 오른편 고령읍 신리로 잇는다. 잘 닦인 임도를 가로질러 직진하면 문수봉(679m)으로 오르게 된다. 여기서 오른편으로 임도를 따라 신리 옥담마을까지는 1시간이면 닿는다.

산허리를 돌아들면 녹음에 휩싸인 미숭산이 올려다 보인다. 산길 주변에는 구절초를 비롯해 산국, 물봉선, 엉겅퀴 등의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어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30분 정도면 낫골을 벗어나면서 신리저수지를 지나고 곧장 내려서면 산행의 종착지인 고령읍 신리 옥담마을의 신동정미소 앞 버스정류장이다.

 산행길잡이

○고령 시외버스터미널~고령군청~대가야 왕릉전시관~고분군 능선~주산 정상~청금정~반룡사 갈림길~733.5m봉~미숭산 정상~내상치 임도~고령읍 신리 옥담마을 <5시간 소요>
○고령 시외버스터미널~학생 체육관~주산 산림욕장~주산 정상~청금정~반룡사 갈림길~미숭산 정상~466m봉~헬기장~송림재~귀원리 버스정류장 <7시간 소요>
○모로동~모로현~문수봉~내상치 임도~미숭산 정상~반룡사 갈림길~반룡사 <3시간 30분 소요>
○모로동~모로현~문수봉~내상치 임도~미숭산 정상~반룡사 갈림길~청금정~주산 정상~고분군 능선~대가야 왕릉 전시관 <5시간 30분 소요>
○고령 시외버스터미널~학생 체육관~주산 산림욕장~주산 정상~청금정~반룡사 갈림길~미숭산 정상~합천 청소년 종합야영장 <4시간 30분 소요>


 교통

미숭산 산행은 고령읍내 시외버스터미널(ARS 1666-4455)에서 곧바로 시작되기 때문에 교통편을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없어 좋다. 산행 날머리인 신리 옥담마을에서 고령읍내까지는 군내버스가 운행되지만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택시(고령택시 054-956-1116, 고령개인택시 054-956-8800)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택시비는 1만원 안팎이다.

서울→고령  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 1일 7회(10:08~19:00) 운행
대구→고령  서부시외버스터미널(ARS 1688-2428)에서 10~20분 간격(06:30~22:00) 운행 
부산→고령  서부시외버스터미널(ARS 1577-8301)에서 1일 13회(07:00~18:40) 운행


 숙식(지역번호 054) 

대가야의 도읍지였던 고령읍내는 볼거리도 많지만, 숙식에도 큰 어려움은 없다. 숙박시설로는 제우스모텔(955-5116), 금산모텔(김영애 955-7462), 그린모텔(956-7005) 등이 있다.

읍내의 미주식당(955-6235)은 매콤한 낙지갈비찜이 입맛을 돋우고, 고령축협 인근의 가야식당(954-3060)은 3대 53년간의 전통을 자랑하는 국수가 일품이지만 연탄불에 구워낸 돼지고기는 또 다른 별미다. 고령수산가게 앞의 돼지국밥집(955-4018)은 돼지국밥과 선지국으로 유명하다.


글·사진  황계복 전 부산산악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