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야 고령

고령의 미숭산을 찿아서 (하나. 월간 산. 주말산행코스 10. 10. 8)

대가야고령 2011. 4. 8. 21:20

 

[주말산행코스 | 경상도의 산] 미숭산 760m 경북 고령군 고령읍, 경남 합천군 야로면
야생화 가득한 대가야 기행산행
고령을 대표하는 두 산을 한 번에 맛보기

국립공원 가야산에서 남동쪽으로 경남 합천과 경북 고령을 가르며 뻗어 내린 산줄기가 가산, 북두산, 문수봉을 지나 미숭산을 일으켜 세운다. 이 산릉은 미숭산에서 결국 둘로 나뉘어 한 줄기는 남쪽으로 뻗어가면서 가야지맥을 이루고, 또 하나는 동쪽으로 이어져 고령읍내를 병풍처럼 감싸주는 주산으로 연결된다. 주산(主山)은 고령의 진산(鎭山)이요, 미숭산(美崇山)은 고령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그러니까 이 두 산은 고령을 대표하는 셈이다.


▲ 청금정을 오르며 뒤돌아 본 주산 능선과 왼편의 중화저수지. 주산은 고령의 진산이고 미숭산은 고령의 최고봉이다.
주산에서 미숭산을 잇는 산행 코스는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다지 높지 않고 부드러운 산세에 등산코스도 다양할 뿐 아니라 등산로 또한 비교적 평탄하고 잘 정비돼 있어 실버산행지로 적격이다. 또한 산에 얽힌 전설뿐 아니라 대가야의 유적지를 더듬어 볼 수 있어 가족단위의 산행지로도 추천할 만하다. 또 하나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번거롭게 교통편을 갈아타지 않고 바로 산행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읍내간선도로를 따라 군청 앞을 지나 20분이면 대가야 박물관과 왕릉전시관에 닿는다. 대가야 박물관은 대가야를 중심으로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고령지역의 역사 문화가 종합적으로 꾸며져 있다. 박물관 옆의 대가야 왕릉전시관은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순장 무덤인 지산리 44호분을 복원 재현한 것이다. 대가야의 토기와 금관, 장신구 등의 유물과 순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기록으로만 전하던 순장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30여 명을 순장했다는 44호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부녀간으로 추정되는 30대 남성과 8세가량의 여아 순장이다.

▲ 위)산행 들머리인 대가야 왕릉전시관. 순장무덤인 지산리 44호분을 복원했다. 아래)가야금 소리가 울린다는 뜻의 청금정에 오르면 미숭산이 한눈에 펼쳐지고 멀리 가야산과 남산제일봉도 조망된다.
산행은 대가야 왕릉전시관 뒤편으로 올라 능선에 서면 산등성이를 따라 봉분을 형성하고 있는 대가야시대의 고분군이다. 고분군 탐방로를 벗어나 주산으로 향하면 산길 옆에 나무벤치가 있어 쉼터로 알맞다. 주변에는 산성의 흔적도 보인다. <삼국사기>에 이산성(耳山城)이라는 기록이 보일 정도로 오래된 산성이다. 사적 61호로 지정돼 주산산성으로도 불리며 옛 대가야국의 중심적인 성터다. 이 성터는 지나 온 산등성이의 대규모 고분군과 함께 대가야의 왕성(王城)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분탐방로 끝자락의 갈림길에서 정상 방향으로 올라도 되지만 오른편 충혼탑 방향으로 진행한다. 잠시 후 학생체육관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게 된다. 주산 산림욕장(명상의 숲)을 지나 조금 수월하게 정상을 오를 수 있다. 주산 정상(310.3m)에는 이정표가 서있고 간이 의자와 간단한 운동시설이 있을 뿐 별다른 특징은 없다. 주산은 남북의 두 봉우리가 사람의 귀 모양을 닮아 이산(耳山)이라고 불렸다. 주산으로 부른 것은 근대에 와서다. 주산에서 서쪽으로 내려서다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청금정과 미숭산, 가야산까지 볼 수 있다. 잘 정비된 내리막길은 쇠말뚝에 로프까지 설치돼 있다.

▲ 산정으로 향하는 길섶에는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 꽃이 가을의 향기를 뿜어내며 하늘거린다.
곧장 내려서면 삼거리 갈림길. 왼편은 고분군 능선과 연결되고, 미숭산 방향은 직진이다. 아늑하고 짙푸른 송림 사이로 잘 다듬어진 산길은 청금정까지 1시간이면 닿게 되는데 큰 오르내림이 없어 좋다. 거기에다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음수대는 물론 곳곳에 이정표가 설치돼 있어 수월한 산행을 할 수 있다. 아직 가을을 준비하지 못한 매미는 때늦은 울음소리를 터뜨린다. 조망이 시원한 평택 임씨 묘를 지나면 고령군화인 철쭉나무 조성단지다. 이후 사방이 툭 트인 능선 길로 이어가면 산허리를 깎아 넓게 닦은 주차장이다. 산불감시초소도 있는 이곳은 중화리~지산리를 잇는 임도가 가로지른다.

주차장 가장자리에 위치한 음수대에서 목을 축이고 자리를 뜬다. 쑥부쟁이며 구절초 꽃이 만개한 능선 길로 10분쯤 오르면 산정에 우뚝 선 청금정(聽琴亭)이 숨가쁜 등산객을 맞는다. 가야금 소리가 울린다는 뜻에서 이름 붙인 팔각정이다. 이곳은 사방을 관망할 수 있는 위치다. 뒤돌아보면 주산 능선과 그 왼편으로 중화저수지가 내려다보이고, 앞으로 가야 할 미숭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미숭산 왼편으로는 오도산과 두무산이, 그 오른편으로 남산제일봉, 가야산이 보인다.

청금정을 뒤로하고 가파른 나무계단 길로 잠시 내려섰다가 오르면 삼각점(합천 421, 1981 재설)이 있는 412.1m봉이다. 이제부터 수령이 제법 돼 보이는 소나무 숲 사이로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능선 길이다. 청설모가 가끔 두리번거리다 가까이 다가가면 쏜살같이 달아난다. 묘 1기와 벤치가 있는 쉼터를 지나면 송이채취지역이라는 팻말도 보인다. 청금정을 떠난 지 30분이 가까워질 무렵 반룡사 갈림길인 사거리다. 벤치가 서너 개 있어 쉼터를 겸하고 있는 여기서 오른편 길은 신리로 연결되고, 왼편 길은 반룡사로 내려서게 된다.

미숭산은 여기서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이면 닿는다. 산등성이를 따라 경사가 심하지 않은 오르막길은 소나무 낙엽이 깔려 발길의 촉감이 부드럽다. 10분쯤이면 오른편 풀숲에 ‘천제단(天祭壇)’ 표석이 있다.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찾기가 힘든 이곳은 옛날 기우제를 지내던 터다. 여기에 묘지를 쓰면 아랫마을에 가뭄으로 흉년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표석 뒷면에 ‘이곳에 하인을 막론하고 묘지를 설치하지 못함. 고령 낫질·용동마을 주민일동’이라고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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