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와 닫는 좋은글

[스크랩] 우리 아름답게 늙어요

대가야고령 2012. 3. 3. 14:23

<우리 아름답게 늙어요.>


늙은이가 되면 미운 소리,

우는 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릴랑 하지 말고

조심조심 일러주며 설치지 마소.

알고도 모르는 척 어수룩하소.

그렇게 사는 것이 평안하다오.


이기려 하지 마소. 져 주시구려.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

그게 지혜롭게 사는 비결이라오.

아무리 많은 돈 가졌다 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언제나 감사함을 잊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고마워해요.


그렇지만 그것은 겉 이야기!

정말로 돈을 놓치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잡아야 하오.

옛 친구 만나거든 술 한 잔 사주고

손자 보면 용돈 한 푼 줄 돈 있어야

늘그막에 내 몸 돌보고 모두가 받들어 준다나?


빈손 공치사 일랑 아무런 소용이 없소.

우리끼리 말이지만 사실이라오.

옛날 일들일랑 모두 다 잊고 잘난 체 자랑일랑 하지를 마소.

우리들의 시대는 다 지나갔으니 아무리 버티려고 애를 써 봐도

이 몸이 마음대로 되지를 않소.


그대는 뜨는 해, 나는 지는 해, 그런 마음으로 지내시구려.

나의 자녀, 나의 손자 그리고 이웃......

누구에게든지 좋게 뵈는 늙은이로 살으시구려.

자식은 노후 보험이 아니라오.

해 주길 바라지 마소.

고집하지 말고 시새움도 하지 마소.

의리를 찾지 마소.

수중에 가진 돈 없고 내 한 몸 아플 작시면 그 누가 제 몸처럼 날 돌볼까.

멍청하면 안 되오. 아파도 안 되오.


늙었지만 바둑도 배우고 기체조도 하시구려.

속옷일랑 날마다 갈아입고 날마다 샤워하고

한 살 더 먹으면 밥 한 숟갈 줄이고,

또 한 살 더 먹으면 또 한 숟갈 줄여서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시구려.

듣기는 많이 하고 말은 적게 하소.

어차피 삶은 환상이라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사시구려.


- 어느 할아버지의 일기 -

(법정 저,‘산에는 꽃이 피네’중에서)


출처 : 비실이부부
글쓴이 : 지릿재지킴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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